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의 요도바시카메라 아키바점에서 방문객들이 LG전자 OLED TV 등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 LG전자]
전자제품의 명소인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에 위치한 '요도바시카메라 아키바점'(전자제품 양판점). 전국 23개 요도바시카메라 점포 중 가장 큰 이곳에는 일본에서 인기를 끄는 전자제품이 거의 다 모여 있다. 지난 18일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곳 TV 매장이 자리한 4층에 올라서자 바로 앞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LG전자의 TV 14대(43~77인치)로 구성된 커다란 '전시판'이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시판 곳곳에는 '모든 OLED TV는 LG에서 시작된다(全ての有機ELテレビは, LGからはじまる)'는 문구가 붙어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TV용 OLED 패널을 공급하는 곳이 LG디스플레이뿐이고, OLED TV 확산에 앞장서고 있는 게 LG전자여서 가능한 홍보 문구다.
4층 매장 중간에는 소비자들이 브랜드별로 비교해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크기(인치)'별로 구성된 전시 공간이 자리한다. 이곳에서 프리미엄 제품군인 60~77인치를 전시하는 라인에는 소니·파나소닉·도시바·샤프 등 일본 주요 TV 제조사와 LG전자 제품 12대가 진열돼 있는데, 그중 OLED(일본은 '유기EL'로 표시) TV가 9대이고 LCD는 3대에 그쳤다. OLED·LCD가 각각 2대씩인 소니, LCD만 1대 전시된 샤프를 제외하고 나머지 업체들 제품은 모두 OLED다.
이 매장의 고바야시 가즈야 매니저는 "LCD에 비해 가격이 비싼데도 불구하고 작년 이후 고객들이 화질·기술력에 주목해 OLED 제품을 문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55인치 이상 제품은 작년에는 LCD와 OLED TV 판매 비율이 8대2 정도였는데, 올 들어서는 7대3으로 변했다. 이 때문에 OLED 전시 공간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LCD TV의 종주국으로 불리던 일본에서 작년 이후 OLED 제품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LCD TV 시장 지배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소니·파나소닉 등은 △뛰어난 화질 △얇은 패널 두께 △휠 수 있는 특성 등 OLED 장점에 주목하고 이를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육성하며 라인업과 판매 비중을 늘리고 있다.
특히 일본은 그동안 풍부한 가전업체와 자국 제품에 대한 자부심으로 '외국산 가전이 자리 잡기 힘들다'고 평가돼 왔는데, 한국이 기술 주도권을 지닌 OLED TV가 급성장하면서 한국 업체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4~5년 전만 해도 한국산 TV·가전이 양판점 주요 위치에 전시되는 일이 흔치 않았는데, 요즘에는 요도바시카메라 아키바점이나 도쿄 빅카메라 유라쿠초점(양판점)처럼 주요 지역 핵심 매장에서 눈에 띄는 곳에 대규모로 전시되기도 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일본 시장에서 OLED TV 출시량은 2017년 7만5000대에서 작년 20만1000대로 166%나 늘었다. 같은 기간 LCD TV는 488만6000대에서 504만대로 3% 늘어나는 데 그쳤다. 40인치대가 많이 팔리는 일본 시장에서 아직 LCD TV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판매 증가 속도는 OLED가 훨씬 빠르다. 일본 OLED TV 성장 속도는 작년 글로벌 시장 출하량 증가율(전년 대비 58% 증가)도 뛰어넘는다. 작년 기준으로 전 세계 TV 시장에서 고가 제품이 주류를 이루는 OLED 비중은 수량 기준 1%, 금액 기준 6%였지만 일본에서는 각각 4%, 15%에 달했다. 일본 시장에서 OLED TV 시장 확대를 주도하고 있는 업체는 소니·파나소닉·LG전자 등이다. LCD TV에서 중국 업체들이 저가 공세로 시장을 잠식하는 가운데 일본 업체들이 OLED의 경쟁력에 주목하며 이를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밀고 있다. 출하량 기준으로 일본 TV 시장 2위인 파나소닉은 올 상반기 중 OLED TV 시리즈 4개를 추가로 출시하며 라인업을 두 배로 늘릴 예정이다. 일본 프리미엄 TV 강자인 소니도 고가 브랜드인 '브라비아 마스터' 시리즈를 적용해 OLED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일본에서 작년 파나소닉 LCD TV 판매량은 1년 전보다 9만여 대 줄고 OLED는 4만6000여 대 늘었다. 같은 기간 소니 LCD TV 판매는 5만1300여 대 줄었지만 OLED는 5만1000여 대 늘었다.
OLED TV 확산은 LG전자 등 한국 가전업체 위상을 높이고 있다. 고바야시 매니저는 "일본 TV 시장은 국내 브랜드가 강력하기 때문에 외국 브랜드가 자리 잡기 쉽지 않다"며 "2014년 LG 스마트 TV가 일본 시장에 공급되면서 한국 제품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생겨나더니 OLED TV가 들어서면서 한국 제품에 대한 편견이 더욱 줄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LG전자 TV 출하량은 2016년 5만6000대이던 것이 △2017년 7만3000대 △2018년 10만7000대 등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2016년 9~10위 수준이던 LG전자 일본 출하량은 히타치 등을 제치며 8위로 올라섰다. 특히 작년 평균 판매단가는 LG전자가 1155달러로 소니(1233달러)에 이어 2위를 달리며 프리미엄 시장에서 입지를 높여가고 있다.
LG전자 일본법인 관계자는 "OLED TV를 통해 LG전자가 일본에서 기술력이 뛰어난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며 "OLED TV 효과는 스타일러, 공기청정기, 세탁기 등 다른 가전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규식 기자 / 도쿄 = 정욱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