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정직원 구합니다. 월급 310만원에 퇴직금 있습니다.'
서울 마포의 한 치킨집 점주는 최근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몬에 이런 글을 올렸다. 이 치킨집뿐 아니다. 알바몬 검색창에 '치킨 배달'이라고 입력하니 현재 배달원을 구하는 게시글이 643건 나왔다. 최저임금(시급 8350원)을 훌쩍 넘는 시급 1만1000원에 배달원을 구하는 글도 수두룩했다.
동네 치킨집, 중국집 등 오토바이 배달을 주로 하는 음식점들이 배달원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300만원이 넘는 월급을 준다는데도 '배달원님' 구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배달원들이 대거 배달대행 업체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배달원 엑소더스'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한 치킨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배달원을 직접 고용한 점주의 비율은 10%밖에 안 된다"며 "주문대행 업체에 더해 배달대행 업체에까지 수수료를 주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하는 점주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음식점주들 "주문대행, 배달대행 업체에 수수료 주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오토바이 배달원들이 배달대행 업체로 떠나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치킨집, 중국집 등에 적을 두고 고정된 월급을 받는 것보다 배달대행 업체에 속해 배달 일을 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중국집의 경우 월급 400만원에 숙식을 제공해야 겨우 배달원을 구할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음식점주들은 배달대행 업체를 이용할 경우 배달 1건당 통상 3500~4000원을 줘야 한다. 한 배달대행 업체 관계자는 "배달 수수료의 90%가 배달원에게 돌아가는 구조"라며 "뛰는 만큼 돈을 많이 벌 수 있기에 한 달에 600만~700만원을 버는 배달원들이 제법 있다"고 말했다. 실제 배달대행 업체인 바로고는 공식 블로그에 '풀타임 라이더(배달원) 월평균 수입 약 475만원'이라고 적었다.
기존에 배달을 하지 않았던 식당들도 배달대행 업체를 통해 배달을 하는 등 배달대행 업계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커지는 시장에 배달대행 업체들은 공격적으로 '배달원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와 계약을 체결해 배달원들에게 안정적인 일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오토바이 구매 비용 지원, 종합보험 가입 지원, 쉼터 제공 등의 혜택을 주고 있는 것이다. 배달원들이 월급날을 기다릴 필요 없이 그날 일한 돈을 일할 계산해주는 업체도 있다.
주문대행과 배달대행이 일반화하면서 음식점주들은 울상이다. 치킨집, 중국집 점주 입장에선 이전에는 없던 유통 단계가 2개 더 생기면서 수익이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쉽게 말해 고객이 2만원짜리 치킨을 주문하면 점주가 4000원을 배달대행 업체에, 추가로 2000원을 주문대행 업체에 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배달원을 못 구한 중국음식점에서 짜장면 두 그릇(1만원) 주문을 받아 배달대행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사실상 적자를 보고 팔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배달대행은 뜨거운 감자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게에서 직접 배송하는 것과 달리 배달대행 업체 배달원들은 최대한 많은 배달을 소화하기 위해 4~5개의 주문을 동시에 처리해 식은 치킨, 짜장면이 배달되는 상황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한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고객들의 불만이 배달대행 업체가 아니라 점주와 본사에 몰리고 있다”며 “배달대행 업체를 이용하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 됐지만, 브랜드 이미지가 하락할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배달대행을 둘러싼 프랜차이즈 업계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프랜차이즈 업계는 앞으로 배달대행 업체가 점점 ‘갑’이 돼서 수수료를 올리고 배송 데이터를 이용해 직접 음식을 제조해 배달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실제 도어대시, 우버이츠 등의 배달대행 업체는 최근 빅데이터를 이용해 직접 음식을 제조하거나 지역 식당들에 공급이 달리는 메뉴를 제안해 배달하고 있다.
미국 매체 뉴욕 비즈니스 저널은 “배달대행 업체가 20%씩 수수료를 떼어가는 데 맥도날드 점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점주들이 ‘이대로면 아무리 배달 주문이 많아도 남는 게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