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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케이블TV시대 끝났다…AT&T의 `디지털` 변신

손재권 기자
입력 : 
2019-03-05 17:50:35
수정 : 
2019-03-06 00: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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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워너인수후 조직개편
케이블TV 이끌던 터너 해체
콘텐츠 강화해 넷플릭스 대항
워너미디어(옛 타임워너)를 854억달러(약 95조원)에 인수한 AT&T가 신임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하는 등 대대적 조직 개편에 나섰다. CNN 등을 통해 케이블TV 시대를 이끌었던 터너를 해체하고 워너브러더스를 강화해 넷플릭스에 대항하는 서비스를 만들어 디지털 미디어 회사로 변신을 가속화한 것이 골자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AT&T는 최근 인수·합병(M&A)이 완료된 미디어 그룹 워너미디어에 대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리처드 플레플러 HBO CEO와 데이비드 레비 터너브로드캐스팅(TBS) CEO는 이미 사퇴 의사를 밝혔으며 조직 재구성으로 인한 인력 구조조정도 뒤따를 예정이다.

이번 조직 개편에서 가장 큰 변화는 CNN 카툰네트워크, TBS를 보유해 2000년대까지 케이블TV 황금기를 이끌었던 터너미디어를 해체하고 각 부문으로 편입시킨 것이다. 이는 '케이블TV'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풀이된다. 특히 AT&T는 조직 개편에서 HBO와 터너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해 '워너엔터테인먼트'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워너엔터테인먼트는 '왕좌의 게임' '뉴스룸' 등을 제작한 HBO를 내세워 TV 시리즈를 만들고 프랜차이즈를 시도할 예정이며 새 CEO로 NBC유니버설을 일으킨 밥 그린블랫을 전격 영입했다. 그린블랫은 HBO, TNT, TBS, 트루TV 등 워너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채널을 관장하게 된다.

그린블랫은 베테랑 프로그래머이자 프로듀서이며 NBC유니버설뿐만 아니라 CBS 프리미엄 케이블 채널인 쇼타임과 21세기폭스에서도 그가 제작한 프로그램이 1위에 올랐을 정도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1990년대 히트작 엑스파일(X-files)과 앨리 맥빌(Ally McBeal)을 제작했으며 NBC의 히트작 '디스이즈어스(This is Us)'도 제작했다.

또 AT&T는 넷플릭스에 대항하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워너미디어'를 설립했다. WSJ는 CNN이 전통적인 'TV 퍼스트' 정책을 버리고 디지털 우선주의로 전환할 가능성을 점쳤다. TV 시청률 경쟁이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보는 만큼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디지털 애플리케이션(앱)에 투자를 집중한다는 전략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모바일 사용자 수천만 명이 하루에 10분씩만 CNN 앱을 들여다보도록 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수익모델은 AT&T가 지난해 인수한 온라인 광고회사가 거둬들이도록 하는 구조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모바일 광고로 생존하는 방식을 CNN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CNN은 TV 시청률 면에서는 폭스뉴스에 뒤지고, 만년 3위였던 MSNBC에 바짝 추격을 허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영화사 워너브러더스에 터너의 애니메이션 부문(카툰네트워크)을 흡수하는 등 콘텐츠 제작 부문을 강화할 예정이며 카툰과 DC코믹스를 결합해 글로벌 어린이 프로그램·게임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WSJ는 "대형 조직 개편을 통해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시너지 효과를 만든다는 계획"이라며 "특히 터너 CNN의 본사인 미국 애틀랜타에 해고 한파가 불가피하다. AT&T 워너의 중심은 댈러스(AT&T 본사)와 LA, 뉴욕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해석했다.

AT&T가 워너미디어를 인수한 이후 발표한 첫 대규모 조직 개편은 미디어가 가입자를 직접 유치(D2C·Direct to Customer)하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며 가족 중심 콘텐츠를 프랜차이즈화하는 최근 글로벌 미디어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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