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3482억원, 영업손실 3175억원’
SK이노베이션(096770)은 지난달 31일 2018년 실적을 발표하면서 처음으로 배터리 사업 상세실적을 공개했다. 아직까지는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SK 배터리 사업’의 현주소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배터리 공급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도보다 139% 급증했지만, 신규 수주에 따른 적극적인 투자 확대, 성장을 위한 대규모 인력 충원으로 영업 손실이 전년보다 36.8% 늘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27일 9452억원을 투자해 헝가리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증설에 나선다고 밝혔다. 헝가리 코마롬에 9.5GWh(연간 순수 전기차 15만대 공급) 규모의 두 번째 공장을 짓겠다는 것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이곳에 8400억원을 투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향후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 석유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새로운 수익사업인 배터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실적부진, 주주배당 등으로 투자여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향후 증설은 자체적 투자보다 합작사 설립, 지분투자 방식으로 하지 않으면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SK이노베이션 공격적 배터리 투자 나선 이유
SK이노베이션은 해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SK이노베이션의 연간 배터리 생산량은 현재 서산공장의 4.7GWh 규모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올 초 미국 조지아주에 1조9000억원을 투자해 배터리 공장 건설에 나섰다. 지난해 8월에는 중국 창저우에 8200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짓고 있다.
2022년 말에는 SK이노베이션은 서산 공장(4.7GWh)에 이어 헝가리 코마롬 제1 공장(7.5GWh), 중국 창저우 공장(7.5GWh), 미국 조지아주 공장(9.8GWh)에서 약 39GWh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이 수주한 배터리 물량은 누적으로 320GWh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 물량을 공급하려면 연간 생산능력이 50GWh가 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사업이 적자임에도 연이어 증설을 발표하며 투자하는 이유는 향후 배터리를 쓰는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지난해 450만대에서 2020년에는 850만대, 2025년에는 2200만대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폴크스바겐 그룹은 2025년까지 폴크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브랜드에서 연 30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BMW그룹은 2025년까지 전체 판매량 중 25%가 전기차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르노그룹은 2022년까지 12개의 순수 전기차 모델을 론칭한다는 ‘얼라이언스 2022’ 계획을 추진중이다.
◇ 신용도 하향…선발업체 LG화학·삼성SDI도 수익성은 아직
일각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실적 부진과 함께 신용도가 하락된 가운데 배터리 사업에 과도한 투자를 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증설하는 과정에서 합작사 설립과 지분 투자 등을 통해 위험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2조120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영업이익이 3조원을 밑돈 것은 2016년 이후 2년만이다. 회사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정유와 석유화학 사업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부진했다. 지난해 4분기 유가급락으로 재고 손실도 늘었다. 전 세계적인 원유 공급과잉도 SK이노베이션 실적 부진의 요인이 됐다.
지난 1월28일 글로벌 신용평가사 S&P는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당시 S&P는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건설로 투자부담은 늘고 있는데 주력인 석유사업 실적은 나빠지는 점을 지적했다.
배터리 사업 경쟁사인 LG화학(051910)과 삼성SDI(006400)도 아직은 배터리 부문 수익성이 높지 않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가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삼성 SDI는 아직 전기차 배터리 부문이 적자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베터리 사업이 적자지만, 회사의 신규 배터리 수주물량이 빠르게 늘고 있어 현재의 실적보다는 미래를 봐야 한다"며 "SK이노베이션은 정유사업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배터리 같은 신사업으로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